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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3 m 앞) 냐아~냐아..

냐아야옹~ 우앙우엥~ 우쭈쭈~ 훕바야훕~ 가나다라마바사~




길고양이

(3 m 앞) 냐아~냐아..

야옹아~ 배고프지? 이거 먹어~ 어여~ 아이 맛있다~ 얌냠!




길고양이

(어미 고양이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_-+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는 당신, 경계를 풀어주오~




길고양이와 두번째 만남, 이건 운명인가?


  새벽 4시 30분, 갑자기 내리는 비때문에 잠시 피해갈 요령으로 공중전화 부스에 있었다. 깨끗한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중시던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길가를 빗자루로 청소하고 계셨다. 전화부스 옆, 길게 쌓여진 두툼한 쓰레기봉투는, 아마.. 상상 이상이다.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의 '냐옹'이 들렸다. '응?' 전화부수 옆, 새끼 고양이가 있다는걸 확인했다. 녀석 눈망울이 반짝이며, 나를 쳐다봤다. '(쭈그려 앉으면서) 귀여운것~' 천천히 가다가려는데..

길고양이

'앗!' 10m 정도의 거리서, 어미 고양이가 뜨끔한 눈 빛이 '날 쏘고가라' 하고 있었다. 새끼는 쏜살같이 어미 곁으로 갔다. 3m 정도의 거리에서, 녀석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쓰레기 봉투 하나 킁킁, 비냄새때문인가, 또 다른 쓰레기 봉투 하나 킁킁, 내 눈치 한번... 난 죄지은 사람도 아닌데, 경계를 풀지를 않았다. '이녀석들 먹을꺼 찾나 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비에 젖은 가방 속에, '전복죽' 이 있던게 생각이 났다. 저번달 장마 기간때 우산을 누가 훔쳐가고, 대신(?) 달게 받았던 감기몸살의 추억을 잊기 위한 전북죽이었다.

* 감기몰살에 걸린 이유를 올렸던 포스트 - 우산 하나에도 시민의식이 담겨

 '이거 애기 고양이가 좋아하겠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10m 거리에, '냐아아앙' '우쭈쭈쭈' 혼자 쌩쇼를 하면서 걸어갔다. 5m.. 2m.. 1.5m .. '웃!' 다시 10m로 돌아가버렸다. 먹는 모습을 보고 움직이고 싶었으나, 비가 점점 거칠어지고, 피곤도 몰려오기에, 고양이들이 식사하기 좋은 장소를 찾게 되었다. 근처 환경을 보아 하니, 안전한 곳이 자동차 밑이라 판단했다. 첫째로, 비가 안맞는 곳을, 둘째로, 사람 왕래가 적은 곳, 셋째로, 먹튀가 가능한 곳 의 조건으로 찾아보니,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범퍼 아래가 최상이었다. 쑥~ 넣어주고, 다시 10m 떨어져서 보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새끼가 나와서 킁킁 냄새를 맡고, 숨는다. 급하게 거칠어지던 폭우(!)를 피해, 다른 차 밑에 숨어있던 어미 고양이도 애기 고양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3분..5분..비는 폭우 + 폭우 수준으로 내렸다. 새벽 5시 -_- 집에가서 이제 자야하는데 좀 나와줄래? 라고 빌기도 했지만, 고양이가 눈치만 보는 중이라, 그냥 포기한채 자리에서 빠져줬다. 50m를 더 걸어가서 뒤돌아보니, 뜨거운 눈빛 보내주는 어미 고양이가 보였다.

길고양이

  고마움의 눈빛인지, 아직도 경계의 눈빛인지..물론, 후자 쪽이겠지만..OTL 어미 고양이와 애기 고양이에게, 개폼 잡는 영화의 한장면 처럼...멋지게 걸어가며, 머리 뒤로 손인사 날려줬다. 음..그런데, 집에 와보니..아..전복죽 주고 나니, 집에 먹을꺼 없고, 하루종일 올꺼 같던 폭우는, 집에 오니 멈추고..오늘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상태로, 인셉션 상태에 빠져봐야겠다. 전복죽 다 먹었을라나? 세번째 만남을 기약해 보며. (첫번째 만남은 마구 도망 갔던 녀석)


여류 시인의 와닿는 말씀


 살다 보면 세상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중간의 어정쩡한 부류는 없는 듯하다. 그것도 고양이의 영물성이라면 영물성이겠지만 어쨌든 우리 집엔 한 패거리 도둑고양이가 산다. 개처럼 충직하지 않으나 여우처럼 교활하지도 않고 호랑이도 아니면서 호랑이보다 더 당당한 놈들이 산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온 건지 봄이 와서 꽃이 핀 것인지 모르겠던 그 어느 봄부터 이름만 도둑인 도둑고양이 한 패거리와 무늬만 시인인 머리 검은 짐승이 희희낙락 한통속으로 산다. 어울뎡더울뎡 유유상종으로 산다.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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